컬처 IN: 세계가 주목한 한국 발명품… 발달장애인 위한 'HUGgy 조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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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e hug File: AAP

한국 멘탈헬스케어 스타트업 돌보드림(대표 김지훈, 29)이 개발한 발달 장애인을 위한 특수 조끼 '허기(HUGgy)'가 세계적 권위의 발명상인 2024 에디슨 어워드를 수상했다.


Key Points
  • 한국 '돌봄드림(DolbomDream)'의 발달장애인 위한 "HUGgy" 조끼…2024 에디슨 어워드
  • KAIST 기술 경영 졸업 김지훈 대표(29), 발달장애인을 돕는 봉사활동을 통해 꿈 구체화
  • 모래, 납 등을 넣은 기존의 중량 조끼에서 바람을 넣어 가볍고 조절 쉬운 구명조끼처럼
  • 조끼 착용하면 생체정보 읽어 스트레스와 감정 상태모니터링하는 스마트 조끼로 발전
불안이 찾아올 때 누군가와 따뜻한 포옹을 하면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게 됩니다. 신체에 적절한 압력을 가할 때 자극되는 부교감신경이 불안감을 줄여주기 때문인데요.

한국 연구진이 개발한 발달장애 아동들의 불안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내는 특수 조끼 '허기(HUGgy)'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나혜인 프로듀서(이하 진행자): 한국 기업이 발명한 발달 장애인을 특수 조끼가 최근 세계적인 어워드를 수상해 화제가 됐는데, 먼저 어떤 상인가요?

유화정 PD: 발명하면 바로 연상되는 천재 과학자가 있죠?

진행자: 네 미국의 천재 발명가 에디슨!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한국의 스타트 기업 '돌봄드림(대표 김지훈 29)'이 개발한 발달 장애인을 위한 특수 조끼 ‘허기(HUGgy)’가 지난 달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2024 에디슨 어워드(Edison Awards)'에서 동상을 수상했습니다.

에디슨 어워드는 발명가 에디슨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87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세계적인 권위의 발명상인데요. 과학기술·소재·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이 출품되며 전문가들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가치 있는 제품에 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돌봄드림의 HUGgy 조끼는 202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최한 민·관 합동 통합 디지털 경진대회(K-디지털 그랜드 챔피언십)에서도 대상을 받았고, 같은 해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는 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진행자: '돌봄드림'이라는 기업의 이름에서부터 뭔가 발달 장애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기업이라는 느낌이 확 다가오는데요.

유화정 PD: 돌봄드림(DolbomDream)은 발달장애 가정의 안정적인 일상을 위한 기술 기반의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소셜벤처로, 전 세계 모든 우울증, 불안 장애 등 정신적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돕는 것을 궁극적인 미션으로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돌봄드림의 김지훈 대표 아직 서른이 채 안된 젊은 기업가라는 것이 더욱 놀라운데, 발달 장애인을 위한 특수 조끼를 개발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유화정 PD: 김지훈 대표는 KAIST 기술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창업융합전문석사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소셜벤처 창업을 꿈꿨습니다. 발달장애인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 꿈을 구체화했는데요.

당시 발달장애아동에게 중량조끼를 입히는 걸 봤는데 중량조끼는 말 그대로 조끼에 무거운 납과 같은 물건을 넣는 형태였습니다. 무거워서 오래 사용하기 어렵고 아동의 성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안아주는 느낌을 다르게 구현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 김대표는 공기를 넣은 구명조끼를 떠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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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gy' 조끼. 돌보드림 웹사이트 캡처
진행자: 그럼 허기 조끼는 기존의 장애인들에게 입히던 중량 조끼에서 착안한 것이군요?

유화정 PD: 기존의 압박 조끼는 납이나 모래로 무게를 조절해 압박하다 보니 성장기 아동의 뼈에 큰 무리를 주는 데다 물리적으로 행동을 제한해 '학대'나 다름없단 지적도 있었습니다. 또, 국외 생산이라 개당 50~60만 원으로 비싸고 구하기 어려워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돼 왔고요.

김지훈 대표는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논문을 분석하고 실험을 통해 최적화된 조끼 압력·질감·형태·디자인을 찾아냈고, 2021년 초기 모델 개발 이후 수백 번의 수정을 거친 끝에 기존 조끼의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30%가량 더 싼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논문 분석과 다양한 실험을 토대로.  KAIST 기술경영학과를 졸업한 전문가답네요. 수백 번의 수정을 거쳤다고 했는데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해도 제품으로 구현하는 과정에 있었을 어려움들이 상상이 됩니다.

유화정 PD: 그렇죠. 조끼에 튜브를 넣어서 공기를 주입하는 방법을 고안했지만 조끼 안에 어떤 튜브를 넣을지, 튜브가 들어가는 부위와 모양은 어떻게 할지, 공기 주입 방식은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만드는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았는데요.

평상복처럼 입을 수 있게 디자인에도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위에서 입는 방식의 조끼였는데 이렇게 입는 것을 무서워하는 발달장애인이 많아 지퍼를 달았습니다. 또 지퍼를 자주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는 발달장애인을 위해 지퍼 가리개를 추가했습니다.

진행자: 구명조끼처럼 공기를 주입하는 방식이면 가벼워서 평상시에도 편하게 착용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손으로 펌프를 눌러 공기를 조끼에 주입하는 방식이어서 사용이 편리하고 발달장애 아동은 물론 성인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장애인들에게 허기 조끼는 어느 정도 효과를 주는지 궁금한데요?

유화정 PD: 일례로, 몇 년 전 방영돼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한국 TV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여자 주인공이 대형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크게 놀라 불안증세를 보이자 남자 주인공이 뒤에서 안아주며 안정시켜 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은 이처럼 감각 과부하 상태일 때 신체에 압력을 가해주면 불안감이 완화된다고 합니다. 신체에 적절한 압력을 가할 때 자극되는 부교감신경이 불안감을 줄여주기 때문인데, 이 같은 작용을 학술용어로 '심부압박(Deep Touch Pressure·DTP)'이라고 합니다.

허기 조끼에 공기를 주입하면 가슴 부분에 심부압박이 오면서 마치 누군가 뒤에서 안아주는 것처럼 정서적 안정감을 찾게 되는 것이지요.
Greens senator Sarah Hanson-Young (R) hugs former government staffer Brittany Higgins (L) during the rally in front of Parliament House on 15 March, 2021.
Greens senator Sarah Hanson-Young (R) hugs former government staffer Brittany Higgins (L) during the rally in front of Parliament House on 15 March, 2021. Source: AFP
진행자: 누군가 안아주는 것처럼 느낀다! 실제로 세계 허그 데이도 있죠?

유화정 PD: 영국 출신의 호주인 후안 만이 2004년 프리 허그 운동을 시작한 것이 20년이 지난 지금은 전 세계인의 기념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매년 12월 14일로 한국에서도 매년 허그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연구진은 포옹을 자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감기 걸릴 확률이 32% 낮았다는 결과를 내놓아 따뜻하게 안아주는 행동만으로도 몸과 마음의 치유가 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외로움, 고립감, 분노가 줄어들고 또 옥시토신이 증가해 스트레스가 줄어들면서 면역력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습니다.

진행자: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8명 중 1명이 불안장애나 우울증 같은 정신적 어려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고, 문제는 이중 60% 이상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요. 허기 조끼가 비장애인에게도 유용할까요?

유화정 PD: 무엇보다 일상에서 찾아오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즉각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울 때 허기 조끼가 도움이 됩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신체에 적절한 압력을 가하면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면 호텔의 푹신하면서도 묵직한 이불을 덮었을 때 평온한 느낌을 받는 것처럼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즉 일상에서 불안감을 느낄 때나 정서적 안정이 필요한 누구나 스마트 조끼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응급상황을 미리 감지하고 GPS(위치정보시스템) 기능도 있어 치매환자나 시니어 케어에도 유용합니다.
البرنامج الوطني للتأمين على ذوي الاعاقة
Source: Getty / Getty Images
진행자: 발달장애인을 위한 솔루션을 넘어 이제는 모두를 위한 멘털헬스케어 분야로 영역 확장이 되고 있군요.

유화정 PD: 돌봄드림의 초기 모델은 단순히 손 펌프로만 작동하는 제품이었는데요. 현재는 심박수, 피부전도 같은 생체정보를 바탕으로 스트레스와 감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조끼로 발전했습니다.

진행자: 조끼를 입고만 있어도 심박수와 같은 생체 데이터를 알 수 있다는 거네요?

유화정 PD: 조끼를 입고만 있어도 비접촉식으로 생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인데요. 심탄도(BCG·심장의 리듬과 심장박동의 세기)와 호흡으로 인한 진동을 센서가 정확하게 감지하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착용자의 심박수와 호흡수를 바탕으로 심박 변이도를 계산해 스트레스와 불안 상태에 빠졌다고 판단되면 조끼가 스스로 팽창해 부드러운 압력으로 안정감을 줍니다. 자동 공기 조절은 돌봄드림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구현됩니다.

돌보드림의 앞으로의 목표는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멘털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돌봄드림은 현재 서울대병원과 ‘자폐성 장애 치료 혼합형 디지털 치료제’ 연구개발(R&D)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안정감을 주는 조끼를 넘어 데이터를 활용한 솔루션으로 누구나 불안할 때 필요한 돌봄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가 돋보입니다.

컬처 IN, 오늘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 시킨 한국 발명품, 발달장애인을 위한 특수 조끼 '허기(HUGgy)' 조끼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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