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한국, 1억 주면 아이 낳는다 63% …저출생 해결책 될 수 있을까?

Ten out of 12 portacots in Australia failed to meet mandatory safety standards.

최근 한국 정부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이 정부가 자녀 1인당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줄 경우 자녀를 낳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Source: Getty / Getty Images

최근 한국의 정부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이 정부가 자녀 1인당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줄 경우 자녀를 낳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출산 장려금은 과연 효과 있을까?


Key Points
  • "현금 줄게 아이 다오"… 정부 1억 주면 아이 낳는다에 63%가 '동기 부여 된다' 응답
  • 출산율 하락은 인구 구성 불균형 가져와…노년화 심화되고 세금낼 젊은 노동력 줄어
  • "적은 숫자의 국민으로 어떻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느냐를 모색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 주장도
  • 직접적인 현금 제공보다는 아이 낳고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실질적 지원책들이 제공되어야
다자녀라는 말은 말 그대로 자녀가 많다는 말이죠.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정책적으로 다자녀가구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구를 의미했고 정부는 다자녀가구에 세제 혜택 등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심각한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다자녀 기준은 3명 이상에서 2명 이상으로 완화됐습니다.

한국이 세계 최저출산율을 기록한 가운데, 최근 정부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이 정부가 자녀 '1인당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줄 경우 자녀를 낳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과연 돈이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전 세계 출산 장려금 지원 사례들의 허와 실을 살펴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나혜인 프로듀서(이하 진행자): 최근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6명은 자녀 1인당 1억 원의 출산지원금이 출산에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이에 대한 내용 먼저 자세히 짚어보죠.

유화정 프로듀서(이하 유화정 PD):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달 17일부터 열흘 동안 온라인 국민 소통창구인 ‘국민생각함’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한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한 출산지원금 지원’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습니다.

설문에서 산모나 출생아에게 '파격적 현금'을 정부가 지원한다면 아이를 적극적으로 낳게 하는 동기 부여가 되겠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2.6%가 '충분한 동기부여가 된다. 자녀를 낳을 생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권익위는 파격적 현금의 예시로 '1자녀 1억 원, 2자녀 2억 원, 3자녀일 경우 3억 원'을 들었는데요. 이 같은 정부의 파격적 현금 지원책이 아이를 낳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응답자는 37.4%(5104 명)였습니다. 이번 설문에는 총 1만 3640명이 참여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조사에서 국민들 중 대다수가 충분한 출산지원금이 지원된다면 자녀를 낳겠다는 입장을 보인 거군요. 응답자의 남 녀 비율은 어땠나요?

유화정 PD: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한 출산지원금 지원에 관하여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라는 제목의 이번 국민권익위 설문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특성을 보면 남성이 42.8%, 여성이 57.2%로 출산 당사자인 여성이 많았는데요. 미혼은 41.2%, 기혼은 58.8%로 집계됐습니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60.5%로 가장 많았고, 20대(13.7%), 40대(14.3%) 순으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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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 출산지원금 동향 조사 포스터
진행자: 1자녀 1억 원, 2자녀 2억 원, 3자녀일 경우 3억 원. 말 그대로 파격적인 지원인데요. 자녀를 낳을 생각이 있다고 답할 만도 하겠어요. 그런데 산모 또는 출생아에게 현금 1억 원을 직접 지급할 경우 연간 약 23조 원을 부담할 것으로 잠정적으로 밝혔죠. 이 23조 원은 어떤 근거에서 나온 건가요?

유화정 PD: 한국의 출산율이 급감하면서 지난해 또다시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하며 세계 최저 기록을 낳지 않았습니까.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출생아 추산 수가 23만 명인 겁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죠. 기대 출생아 수 23만 명의 아이 한 명당 1억 원을 지급하려면 23조 원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것이죠.

설문에는 정부가 이 정도 재정을 투입해도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도 포함됐는데요. 이에 응답자 64%가 '저출산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36.4%(4966명)는 '정부가 부담할 문제가 아니다'를 선택했습니다.

진행자: 빗대자면 "현금 줄게 아이 다오"가 아닐까 싶은데요. 실제로 한국 정부가 아이 한 명 출산 시 1억 원을 지급할 의지는 있는 걸까요?

유화정 PD: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정책 제안을 위한 의견 수렴 과정에 불과하다"라며 "조사결과가 실제로 정책에 반영될지 여부는 정부 각 부처의 결정에 달렸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가 아이 한 명 당 1억 원의 출산지원금을 지급할 여지는 낮습니다.

이번 조사와는 별개로 일부에서는 "안 낳겠다는 사람 들들 볶지 말고, 낳은 사람 칭찬하자. 그 돈(정부 지원) 다 모아서 아이 낳은 사람에게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개진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한국의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 경신에 대해 해외 주요 외신과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을 주목해 한국이 세계 어느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인구 절벽의 구간에 진입했다고 입을 모았는데 BBC 경우 '한국 여성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려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죠.

유화정 PD: BBC는 또 한국 정부가 20년간 379조8000억 원을 투입했음에도 출생아 수가 계속 줄어들면서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한국의 '인구 소멸'문제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뉴욕타임스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경우 한국이 '국가 소멸' 위기론까지 번지는 상황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는데요.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소멸하는가 (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한국의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속도는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소멸시킨 흑사병보다 심각 사태라고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며, 자기 결정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의견도 높은데요. 출산율이 하락하면 왜 문제가 될까요?

유화정 PD: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점은 인구 구성의 불균형입니다. 도울 수 있는 사람보다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죠. 노령화 현상은 가속화되고, 국민이 노화될수록 국가가 부양해야 할 은퇴 노인의 수는 느는데, 세금을 낼 즉 노동력을 제공할 젊은이들이 줄어들기 때문에 출산율 감소를 겪는 수많은 국가들은 시름이 깊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저출산'이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살기 힘들어진다는 걱정을 하지만, 적은 숫자의 국민으로 어떻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느냐를 모색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라는 주장인데요.

한국의 진화 학자 최재천 교수는 전 지구적으로 합의를 이룰 수 있다면 오히려 인구가 서서히 줄어들면 지구는 훨씬 더 살기 좋은 행성이 될 것이라며 "그 선도적인 역할을 어쩌면 지금 대한민국이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진행자: 출산율 급감이 세계적인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나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출산율 위기를 겪고 있는 세계 여러 나라들은 다양한 지원책을 선보이고 있죠. 출산 장려책을 펼치고 있는 국가별 사례들을 몇몇 살펴볼까요.

유화정 PD: 먼저 성공적인 케이스로 스웨덴과 프랑스의 경우 직장을 가진 엄마들이 충분한 출산 휴가를 누리고 걱정 없이 직장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여기에 무료 공공보육 시설과 마음 편히 부모가 될 수 있는 직장문화 정착 같은 사회 안전망을 제공함으로써 출산율을 유럽 평균 이상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반면 헝가리에서는 지난 2005년부터 출산 장려금 정책이 도입되었지만 효과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헝가리 젊은이들이 유럽의 다른 지역들로 이주하는 일이 증가했습니다. 결국 아이를 가지는 가족들에게 돈을 주는 것은 여성들의 사회 진출 욕구라는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책이 되어주지 않는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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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헝가리의 오르반 총리는 2020년 헝가리의 모든 불임 센터들을 국유화한 뒤 모든 헝가리 국민들에게 인공수정 시술을 무료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유화정 PD: 대부분의 선진국들의 경우 인력 부족 문제 해결 방안으로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는데요. 하지만 국수주의를 표방하는 일부 지도자들은 이 부분을 두려워합니다. 오르반 총리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백인 아기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며 출산 장려 정책의 목적을 분명히 밝혀 비난을 받기도 했죠.

러시아의 경우 푸틴 정권의 출산 장려책으로 2020년부터 첫 아이 출산 시 미화 7600 달러(약 1000만 원), 둘째 아이 출산 시에는 2500달러(약 340만 원)를 지급합니다.

진행자: 국가 차원이 아닌 작은 지역사회에서 자체 지원금을 통해 출산율을 끌어올린 사례들도  있다고요?

유화정 PD: 일본의 한 작은 마을에서는 충분한 지원금 제공을 통해 지난 9년간 출산율을 여성 한 명당 1.4명에서 2.8명으로 두 배 끌어올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이 한 명당 1만 1000유로(약 1400만 원)를 지원하고 있는 핀란드의 레스티제비 마을도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유럽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도 출산 장려금을 통해 출산율 증가 사례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런 작은 마을에서 아이들이 많이 태어난다고 해도 이들이 자랐을 때 대학 진학이나 일자리를 위해 대도시로 이주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직접적인 현금 제공보다는 실질적으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지원책들이 제공되어야만 '출산율 증가'라는 모두의 염원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저출산이 세계적인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현금 지원책은 과연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여러 사례들을 통해 짚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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