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한국 어버이날 ‘빨간 카네이션’…호주 Mother’s Day 전통은 ‘흰 국화’

Carnation

한국의 어버이날을 비롯 범국가적 Mother's Day의 상징인 카네이션. Source: Getty / Getty Images

호주 어머니날의 전통 꽃으로 알려진 국화 'Chrysnathemum'에는 엄마를 뜻하는 'mum'이 들어 있다. 한국 어버이날 선호 선물 1위는 용돈, 호주인들은 마더스 데이 선물로 꽃·카드·초콜릿을 꼽았다.


Key Points
  • 어버이날 '빨간 날' 해주세요… 한국 성인남녀 49% 어버이날 공휴일 원해
  • 카네이션 없던 조선시대, 정조 임금이 어머니에게 바친 효도화 '복숭아꽃'
  • 'mum'으로 끝나는 국화 Chrysanthemum, 호주에서 어머니날 상징 꽃으로
  • 평균적으로 호주인들은 마더스 데이 선물로 82달러(2023년 기준) 지출
5월은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표현하는 가정의 달입니다.

한국에서는 5월 8일을 어버이날, 호주는 매년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Mother’s Day, 호주의 어머니날로 기념하고 있죠.

한국에서 어버이날 부모님께 붉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드리듯 호주의 마더스데이에도 (Mother’s Day)에도 가장 기본적인 선물은 꽃인데요. 그런데 호주 전통적으로 마더스데이의 상징 꽃은 뜻밖에도 흰 국화꽃이라고 합니다.

한편 한국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성인남녀 절반이상이 '5월 8일 어버이날'의 공휴일 지정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대별로는 60대의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에 대한 호응이 가장 높았습니다.

5월 8일 한국의 어버이날과  5월 12일 올해의 호주 마더스 데이를 앞두고 이모저모 흥미로운 내용 짚어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박성일 프로듀서 (이하 진행자): 5월 사랑과 존경과 보답을 드리는 달입니다. 한국의 어버이날과 호주의 마더스 데이 날짜 간격이 있는 만큼 그 시작 계기가 조금 다르다고요. 먼저 두 기념일의 태동부터 알아볼까요?

유화정 프로듀서 (이하 유화정 PD): 범국가적 세계 최초의 공식 어머니날은 1908년 미국에서 태동했습니다. 미국의 어머니날은 5월 둘째 주 일요일로 호주와 같습니다.

호주 어머니날의 역사는 훨씬 더 최근입니다. ABC의 보도에 따르면 호주의 공식적인 어머니날 아이디어는 제1차 세계 대전에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은 후부터라고 합니다. 1차 세계 대전의 가장 치열한 격전이 바로 호주 뉴질랜드 안작군의 참담한 희생을 가져온 갈피폴리 전투였지요.

호주 마더스데이 전통은 1924년 시드니에 살던 쟈넷 헤이든(Janet Heyden)이 Newington State Hospital여성의 집에서 외로운 여생을 보내는 어머니들에게 작은 선물을 보내 기쁘게 해 드린 것이 시작으로 전해집니다. 호주 어머니날(Mother’s Day)의 의미는 어머니는 물론 모성을 가진 존재에 고마움을 표하는 날로 기본적으로 어머니께 존경을 표하는 날이라는 성격이 가장 크지만 여성 인권 측면에서도 중요한 날로 여겨집니다.
Daughter
Daughter Source: Getty
진행자: 호주는 어머니날과 별개로 매년 9월 첫째 주 일요일을 Father’s Day로 기념하고 있는데요. 한국의 경우 예전에는 어머니날이었던 것이 뒤에 어버이날로 변경이 됐죠?

유화정 PD: 한국의 어버이날의 모태는 1956년 어머니날을 제정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1973년 아버지와 연로하신 어른들을 포함해 어버이날로 개칭했습니다. 5월 8일 어버이날은 '산업화 · 도시화 ·핵가족화로 퇴색되어 가는 어른 봉양과 경로사상을 확산하고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며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날'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에서는 어버이날 부모님께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드리죠. 호주의 마더스 데이가 가까워지면 마켓에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눈길을 끄는데요. 일 년 중 가장 특별한 날, 기본 선물은 역시 꽃이죠. 그런데 놀랍게도 흰 국화꽃이 전통적인 마더스 데이의 상징이라면서요?

유화정 PD: 호주 이민 초기에 종종 당황스러워하는 부분 중의 하나이기도 한데요. 한국에서 흰 국화는 조화로 쓰이지만 호주에서 흰 국화는 좋은 일에 축하의 뜻으로 선물합니다.

국화꽃이 호주 어머니날의 전통이 된 데는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국화의 정식 영어 명칭은 'chrysanthemum'이라는 긴 이름인데요. 잘 보시면 단어 뒷 부분이 'mum'으로 끝납니다. 호주에서는 엄마를 부를 때 Mum이라고 하죠. 미국식 영어로는 Mom이고요.

이것이 우연의 발견이지만 호주인들은 호주인만의 독특한 전통으로 간직하고 싶은 것이죠. 게다가 다양한 종류와 색상의 국화꽃들이 5월 초에 많이 피기 때문에 인기가 많습니다.
MOTHERS DAY PREVIEW
Flower grower Joe Olivieri (left) and farm manager Kevin Casey inspect Chrysanthemum heads on the NSW Central Coast, Friday May 10, 2013. Credit: Quentin Jones/AAPIMAGE
진행자: 정말 흥미롭네요. 이 방송 들으시고 이번 마더스 데이에 국화꽃을 찾으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유화정 PD: 국화꽃이 마더스 데이 상징꽃이긴 하지만 요즘엔 호주인들도 카네이션 장미 데이지 백합 등 다양하게 선택하고 있고요. 다만 장미의 경우 붉은색 장미는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상징이다 보니 마더스데이에는 분홍 장미를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참고로 한국 어버이날 부모님 가슴에 달아 드리는 붉은 카네이션의 꽃말은 건강을 기원하는 사랑 그리고 존경의 마음입니다.

진행자: 앞서 한국의 어버이날은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며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날로 명시되어 있다고 언급하셨는데, 그런데 조선 시대에도 부모님께 효도의 마음으로 꽃을 드렸다는 기록이 있다면서요?

유화정 PD: 조선시대 유교의 효 사상에서 비롯된 효도 문화는 한국인의 중심 가치이자 모든 행동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네이션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925년 무렵입니다.

그 이전 조선시대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꽃으로 가장 사랑을 많이 받은 꽃은 복숭아꽃입니다. 늙지도, 병들지도, 죽지도 않는 사람들이 사는 무릉도원은 복숭아꽃이 여기저기 피어있죠. 이처럼 예부터 복숭아와 복숭아꽃이 건강과 장수의 상징처럼 사용되었기 때문인데요.

기록에 의하면 복숭아꽃을 부모님에게 드린 대표적인 예는 정조 임금이 어머니 혜경궁 홍 씨의 회갑잔치에 사용된 것으로 정조는 어머니의 건강과 장수를 바라면서 종이로 만든 복숭아꽃 3000송이를 바쳤습니다. 종이꽃은 한지를 여러 번 접어 만든 것으로 정성을 담는 것이라 하여 귀한 행사에 많이 사용되었는데, 당시 그날의 행사를 기록한 ‘봉수당진찬도’를 보면 음식 위에 복숭아꽃을 장식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진행자: 복숭아꽃 3천 송이를 바쳤던 시대에서 다시 21세기로 돌아와 보죠. 요즘 어버이날 가장 선호하는 선물은 어떤 것일까 이에 대한 조사가 있을까요?

유화정 PD: SK 텔레콤이 최근 소셜 분석 서비스 플랫폼 스마트 인사이트를 통해 분석한 데이터에서 인기 선물 1위는 3년 연속 용돈이 차지했습니다. 2위는 뷰티 건강 제품, 3위는 가전·가구였습니다. 또 성인 50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조사에서도 1위는 56%로 역시 현금이었습니다. 2위는 효도 관광 14%, 3위는 가전제품 8%, 4위는 공연 또는 영화티켓 4% 순이었습니다.

부모님들이 가장 선호하는 현금 선물, 돈을 봉투에 담아 드리는 것은 옛날 방식이고요. 요즘엔 고액권을 돌돌 말아 케이크처럼 만든 ‘돈 케이크’ ‘돈 박스’ 등이 있더라고요. 꽃다발 혹은 티슈 곽에서 현금이 줄줄이 딸려나오게 하기도 하고요.
Mother's gift
Mother's Day gift Source: Getty / Getty Images
진행자: 평균적으로 호주인들은 마더스 데이 선물로 82달러(2023년 기준)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호주인들의 마더스 데이 선물 선호도는 확실히 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요?

유화정 PD: 호주인들의 어머니날 가장 인기 있는 선물이 꽃(24%)이라는 점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조사에서 24%가 꽃이었고요. 그다음으로 카드(22%), 초콜릿(18%)이 뒤를 이었습니다.

호주인 63%가 마더스 데이 선물을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올해 호주 어머니날 선물 추천으로는 첫째 편한 신발, 나이 들수록 신발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지요. 둘째 토트백, 패션보다는 이것저것 넣을 수 있는 실용적인 토트백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로 발 케어 크림, 일반적으로 얼굴이나 손을 위한 크림은 스스로 쉽게 구입하지만 발을 위한 상품은 본인이 선뜻 집어 들지 않는 아이템이지요. 이번 마더스 데이에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진행자: 최근 한국에서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에 대한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요. 끝으로 이에 대한 내용도 짚어볼까요?  

유화정 PD: SK커뮤니케이션즈 시사 폴(Poll) 서비스 네이트 Q가 최근 성인남녀 9482명을 대상으로 "쉬는 날로 지정됐으면 하는 국경일이나 기념일"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결과 응답자 중 무려 절반에 가까운 49%(4662명)가 '5월 8일 어버이날'을 우선으로 꼽아 눈길을 끌었는데요. 특히 60대의 경우 5월 8일 어버이날 지정에 대한 호응이 가장 높았습니다.

설문 관련 댓글에서도 누리꾼들은 다양한 의견을 밝혔습니다. 어버이날에 대해 '부모님과 편하게 보낼 수 있는 공휴일이 꼭 있어야 한다', '어버이날만큼은 공휴일로 지정했으면 좋겠다'는 찬성 의견이 이어졌는가 하면 '어버이날 하루 쉬면 시댁 갈지 친정 갈지 두고 싸움만 날 것'이라며 어버이날을 쉬는 날로 지정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진행자: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은 그동안 수차례 국회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돼 왔죠. 갑론을박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군요.

유화정 PD: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성별과 지역, 연령, 직업, 이념 성향 등 대부분의 계층에서 찬성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남녀 간 찬반 응답 비율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는데요. 남성은 찬성 비율이 70.6%였지만, 여성은 10% 포인트가량 낮은 61.0%였습니다.

특히 가정주부의 경우 59.1%로 찬성 비율이 더 낮았는데, 이런 결과는 어버이날이 공휴일로 지정되면 시댁이나 친지를 방문해야 하거나 가사 노동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일 수 있다고 리얼미터는 분석했습니다. 찬반을 떠난 대안도 제시됐는데,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폐지하는 대신 '가족의 날'을 새로 지정하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진행자: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한국의 5월 8일 어버이날, 그리고 이어지는 호주의 마더스 데이를 앞두고 이모저모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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