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려진 변호사 인터뷰: “워홀러, 호주에서 일하다 다치면 꼭 기억하세요”

Construction Cranes

Construction cranes building towers on a construction site Source: Moment RF / Richard Newstead/Getty Images

“호주에서는 내가 잘못을 했든 아니든, 내 과실과 상관없이 일하다 다쳤다면 누구든지 다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려진 변호사


박성일 프로듀서(이하 진행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에 오는 한국 학생들이 다시 늘고 있습니다. 청년의 시기에 호주에 와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분되는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호주에 막 입국한 워홀러들일수록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법을 먼저 신경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려진 변호사님과 함께 워홀러가 호주에서 일하다 다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려진 변호사님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려진 변호사 (이하 이려진):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틀즈의 이려진 변호사입니다.

진행자: 지난번에 교통사고 대처 요령에 대한 인터뷰를 해 주셨는데요, 청취자 여러분들의 반응이 정말 뜨거웠습니다. 오늘 방송도 기대하도록 할게요. 오늘은 워킹 홀리데이 비자 소지자들이 호주에서 상해를 입었을 때 대처 방법을 살펴볼 텐데요. 먼저 워홀러의 상해와 관련해서 어떤 사례가 있는지 소개해 주신다면요?

이려진: 일단은 한국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모두 똑같이 여기서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워홀러 분들이 일하는 작업장을 위주로 말씀드리자면 먼저 농장을 많이 가시죠. 농장에서 농기구나 아니면, 호주에는 농업 자체가 엄청 큰 대형, 농업용 기계 같은 걸 많이 사용하잖아요. 그런 기계에 의한 사고가 많이 발생합니다. 탈곡기 사고도 있고요. 왜냐하면 우리는 그런 걸 접해본 적이 없거든요. 대형 기계들을요. 그래서 그런 걸 가동하다가 다치거나, 아니면 그런 것에 깔리거나, 아니면 너무 무거운데 이동시키다가 다치거나 그런 일이 많이 발생하고요.

농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그런 기계만 쓰는 건 아니고요. 피킹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하시죠. 업무 중에 똑같은 자세를 계속하다가 혹은 목을 계속 들고 과일을 딴다거나, 계속 걸어야 한다거나 쪼그리고 앉아 있어야 한다거나, 이런 상황에서 일을 하다가 허리나, 목이나, 신체 부위에 부상을 당하는 사고도 많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고기 공장에도 많이 가세요. 다른 공장에도 많이 가는데, 공업용 기계에 의해서 다칠 수 있고요. 고기 공장 같은 경우에는 칼을 쓰잖아요. 칼에 의해서 손이나 다른 신체 부위가 절단되거나 칼에 베이는 사고도 많이 발생합니다.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다치는 경우도 있고요.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다가 뜨거운 걸 엎었다거나 넘어지거나 할 수 있고요, 주방에서 일하는 셰프분들은 앉았다 일어났다는 많이 하게 되죠. 주방에는 칼과 불도 난무하죠. 이런 상황에서 칼에 찔리거나, 불에 데이거나, 앉았다 일어나다 무릎을 다치고 관절에 손상이 온 분들도 많아요.

서호주 같은 곳에는 대형 건설 사이트가 많은데요. 아무래도 그곳이 임금이 세다 보니까 그쪽으로 가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대형 건설 장비를 움직이거나 관리하는 분들이 실수를 하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깔린다거나 하는 그런 사고도 발생합니다.

그래서 항상 안전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한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는 모두 똑같이 호주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정말 안타까운 이야긴데요, 보통 워홀러들이 일을 하다 사고를 당했는데도, 이걸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요?

이려진: 한국 사람들은 사고에 대한 마인드가 좀 다른 것 같아요. 산업 재해에 대한 마인드가 조금 다른 것 같은데요. “좋은 게 좋은 거다” 이런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그리고 사장님 걱정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회사 걱정과 사장님 걱정을 많이 해요. 물론 너무 잘 이해합니다. 한국 분들의 열정을 잘 알고요. 정말 열심히 일하시잖아요. 하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내가 다쳤을 때는 내가 우선입니다.

무조건 내가 우선입니다. “이것 때문에 우리 사장님이 피해를 보면 어떡하지? 우리 회사가 피해를 보면 어떡하지? 내가 다친 것 때문에?” 이런 걱정을 많이 하세요.

그리고 “내가 잘못해서 사고가 났는데 내 책임 아니야?” 이런 생각도 많이 하세요. 아닙니다. 돈을 받고 일을 하다가 사고가 났잖아요. 그러다 사고가 났기 때문에 이것은 본인 책임이라고 보기 힘든 거죠.

“내가 이렇게 일도 안 하고, 이렇게 돈 받고 치료받고 하는 게 너무 미안한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세요. 절대로 미안할 일이 아닙니다.

이런 분들이 호주에서 힘들게 있다가 치료만 받고, 혹은 치료도 못 받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분들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여러 가지 꿈과 희망을 갖고 호주에 워홀러로 왔지만 안 좋은 기억만 가지고 돌아가게 되는 거죠.
진행자: 네, 영어도 배우고 돈도 벌고 새로운 문화도 경험하기 위해서 호주에 온 젊은이들이 이처럼 힘든 시기를 겪게 된다는 생각만 해도 정말 속이 상하네요. 자 그럼, 사고를 당한 워홀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워홀러나 유학생이 호주 직장에서 일을 하다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건 무엇일까요?

이려진: 첫째도 둘째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보고’입니다. 호주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책임은 나한테 있는 게 아니라 업장을 관리하는, 그리고 업무를 관리하는 책임자들에게 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요. 그래서 매니저나 그 현장에 있었던 관리자나 아니면 사장님이나 누구에게든지 먼저 보고를 해야 합니다. 어떤 경위에서 사고가 발생했는지를요. 그리고 그다음은 치료죠. 엠블런스 불러도 상관없습니다. 다들 엠블런스 부르면 돈이 너무 많이 나와서 나중에 뒤집어쓸 수 있다고 생각을 하세요. 몇 만 불, 몇 천 불 나올 수 있다고 고민하시는데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냥 구급차 타고 응급실 가시면 돼요.

제가 봤던 분 중에는 손가락이 잘렸는데 그 손가락을 들고 트램을 타시더라고요. 절대 그러실 필요가 없어요. 팔이 다쳤는데 트레인 타고 시내까지 오실 필요 없습니다. 헬기를 타셔도 괜찮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고와 치료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려진 변호사
진행자: 그렇군요, 호주에는 워크커버(WorkCover) 라는 이름의 주정부 산업재해보험 기관이 있는 걸로 아는데요, 어떤 기관인지 설명을 좀 해 주시죠

이려진: 일을 하다 다치는 노동자들을 위한 보험사로, 워크커버라고 하면 보험사입니다. 워크 커버, 워크 세이프 등 지역마다 이름이 조금씩 다른데요 모두 산업재해 관련 보험기관입니다.

주정부가 엄청난 힘이 있어서 보험사를 운영하는 건 아니고요. 호주에 생각보다 보험사가 굉장히 많습니다. 86~89개 이렇게 되는데요. 그런 보험사들 중에서 5~6개 정도 정해놓고 그 보험사들이 산업재해 관련 업무를 대신 처리하게 되는 거예요. 이분들이 하는 게 기본적으로 치료, 회복을 해서 직장으로 예전에 하던 일로 복귀를 할 수 있게끔 재활, 그리고 치료와 재활을 받는 동안에 돈이 없으면 생활을 못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내가 사고 이전에 받던 임금을 계속 보조 지원을 받게 됩니다. 생활비나 치료비가 부족해서 치료를 못 받는다거나 아픈데도 억지로 일을 하러 나가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게 되는 거죠.

진행자: 그렇군요, 그럼 워홀러들이 보험 신청을 하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이려진: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 건 아니고요. 호주에서 노동자라면 누구든 상관없어요. 어디서 일을 하다가 다쳤든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많이들 걱정하시는 게 내가 잘못해서 다쳤는데라고 하면서, 나 워크커버 안되는 데라고 전화 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네가 잘못했으니까 넌 워크커버 안돼”라고 회사에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호주에서는 내가 잘못을 했든 아니든, 내 과실과 상관없이 일하다 다쳤다면 누구든지 다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다 워크 커버의 수혜를 다 받으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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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려진 변호사(Littles Lawyer) Credit: Supplied
진행자: 그렇군요, 언급해 주신 대로 외국인이라도 산업재해 보험 혜택을 똑같이 받을 수 있다. 본인의 부주의로 상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연락을 취하는 것이 좋다. 빨리빨리 보고해라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되겠네요.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호주에 워홀로 혹은 유학생으로 온 청년들에게 당부의 말씀을 하신다면요?

이려진: 너무 안타까운 게 일하다가 다쳤는데 내가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이상한 죄의식이 쌓이는 경우가 있는데요, 사장님을 힘들게 할 수 없어요라고 하면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많아요. 이런 생각을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한국도 지금은 산업재해나 노동법과 관련된 것들이 많이 발전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호주는 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이 분야가 가장 발전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치료, 재활, 임금 보조까지 가능하고요, 사고로 인해서 금전적 어려움, 신체적 부상으로 인해 손실을 입었다면 나중에 종합배상 신청까지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자기 자신의 사건을, 자기 자신의 부상을 간과하지 마시고요, 특히 남자분들 중에는 그런 경우가 많아요. “며칠 지나면 낫겠지, 이 정도는 시간 지나면 회복될 거야. 이 정도 다친 것 때문에 아프다고 하면, 일 안한다고 하면 남자도 아니지”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것 다 필요 없습니다. 꼭 치료받으시고 꼭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권리를 다 누리시길 바랍니다.

진행자: 네 알겠습니다. 오늘은 이려진 변호사와 함께 호주에 온 워홀러가 일터에서 사고를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중요한 내용들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이려진 변호사님 오늘 귀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려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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