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뷔 30년' 장한나, 첼로대신 지휘봉…시드니·멜버른 심포니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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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 Chang in concert May 2023. Photo by by Ole Wuttudal.

첼로 신동에서 세계적인 지휘자로 거듭난 한국 지휘자 장한나(41)가 시드니 심포니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을 오페라하우스에 올린다.


Key Points
  • 첼로신동에서 세계적 지휘자로 장한나, 시드니·멜버른 심포니 지휘
  • 지휘자는 작곡가가 청중한테 전하고자 했던 생명력 그 전달의 통로
  • 지휘자로서 제일 많은 준비를 하는 건 작곡가가 남긴 악보와의 씨름
  • 음악에 몰두하는 건 너무 중요하지만 세상은 넓고 음악만 있진 않아
한국이 낳은 첼로 신동 장한나. 이제는 세계적인 지휘자로 명성이 높습니다.

지휘자 장한나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으로 호주에 데뷔합니다. 5월 8일부터 11일까지 시드니 심포니와 총 4회의 오페라하우스 공연에 이어 5월 23일부터 25일까지 멜버른 심포니와 3회 연주 무대를 갖습니다.

2024년은 장한나 음악 데뷔 3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그간 만난 훌륭한 스승님과 멘토들의 가르침을 후배 아티스트들과 공유합니다.

지휘자 장한나 씨를 리허설을 앞두고 인터뷰했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이하 유화정 PD): 첼로 신동에서 세계적인 지휘자로 거듭나고 계신 우리 장한나 씨 안녕하세요. 호주에 오신 걸 뜨겁게 환영합니다.

장한나 지휘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유화정 PD: 그런데 올해가 데뷔 30주년이 되신다고요? 세월이 벌써 그렇게 흘렀습니까? 축하드립니다.

장한나 지휘자: 감사합니다. 세월이 정말로 쏜살같이 빨리 가네요. 네 제 1994년 파리에서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 1등 한 게 벌써 30년이 됐어요.

유화정 PD: 11살 꼬마가 불혹의 40으로. 호주에 이번이 세 번째 방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에 오실 때는 첼로 그 큰 키만 한 케이스를 비행기 좌석 옆에 앉히고 또 드레스도 챙겨 오셨다면 이번에는 검은 수트 정장에, 어떻게 지휘봉 옷 속에 꽂고 오셨습니까?

장한나 지휘자: (웃음) 네 맞습니다. 이번에는 지휘복과 지휘봉 간단하게 하지만 악보가 많네요. 제가 시드니를 시작으로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이제 앞으로 3주 풀로 거의 한 달 동안 연주 일정이 있는데요. 정말 많이 기대하고 있고요. 그다음에 이제 말씀하셨듯이 예전엔 솔리스트로 협연자로 왔다면 오케스트라보다는 아무래도 지휘자와 더 많은 교감을 하면서 연주를 하는데요. 이번에는 이제 지휘자로서 정말 이 오케스트라들의 성격과 음악적인 성격들과 특성, 그리고 연주자분들과 정말 긴밀한 작업을 하잖아요. 너무 기대가 크고요. 이 호주의 여러 이제 음악가분들과 함께 정말 하나의 해석을 만드는 우리만의 또 연주를 만들 수 있는 그 생각을 하면서 많이 들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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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공영 SBS 한국어 프로그램과 인터뷰 하는 지휘자 장한나
유화정 PD: 이번에 이제 시드니 공연이 네 차례, 그리고 이어서 멜버른에서 세 차례 공연인데요. 두 공연의 메인 곡이 차이코프스키의 No. 5로 알고 있어요. 보통 일반적으로 대중적으로 굉장히 널리 사랑받는 곡이 '비창' 6번인데요. 6번에 비해서 5번은 어떤 서사의 곡인지요?

장한나 지휘자: 차이코프스키가 이제 너무나도 잘 아시겠지만 그리고 많이 알려졌는데 그 개인사가 매우 힘들었어요. 그러니까 이 사람이 진정한 자기 자신답게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와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내면적으로 정말로 많은 갈등과 아주 그 운명이 너무 가혹하다 이런 생각을 항상 가지고 살았어요. 그래서 말씀하셨듯이 마지막 교향곡인 '비창'이 너무나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솔직히 그 마지막 3개의 작품들 4번 5번 6번 교향곡 번호가 매겨져 있는 교향곡들이 어떤 차이코프스키가 쓴 '운명에 대한 큰 서사시'라고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4 5 6중에 가운데 있는 5번 교향곡 이번에 제가 연주할 곡은 운명을 묘사한 테마로 시작을 해요. 제일 처음에 그리고 끝도 이 운명의 테마로 끝이 나는데, 처음에 매우 우울하고 단조로 시작을 해서 끝에는 막 환희의 그 승과 같이 이 운명의 테마가 변합니다.

그런데 이게 진짜 차이코프스키가 운명을 이긴 건 아니고요. 그 교향곡 내내 거의 한 50분 정도 하는 그 시간 내내 이 운명과의 사투를 벌여요. 그러면서 나오는 본인이 희망하는 그 기쁨, 본인이 추구하는 사랑, 뭐 이런 어떤 삶에 대한 갈구와 욕망이 너무너무 정열적으로 배어져 있는 제가 악보만 봐도 막 이렇게 닭살이 돋고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런 열정의 음악인데, 또 한편으로 보면 너무나도 이게 애절한 간절한 개인의 소망이 담겨 있는 음악인 거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사랑하고 또 많은 분들이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매우 개인적이면서도 우리 모두가 다 함께 아 나도 저 느낌 알아 나도 저 생각 알아 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인 거죠. 왜냐하면 우리도 다 내면에 뭔가가 원하는 게 있고 간절히 원하는데 가질 수 없는 것도 있고 사람이 다 똑같잖아요. 그래서 정말 많이 제가 좋아하고 오랫동안 연주해 왔고 사랑하는 음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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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나 차이코프스키 5번 시드니 심포니 지휘
유화정 PD: 그러면 그 곡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처음 만난 오케스트라들과 호흡하기에 어떤 비책이 있지 않을까요? 장한나 씨만의

장한나 지휘자: 정말 맞는 말씀이세요. 리허설 시간은 항상 더 길 수 있습니다. 근데 또 한편으로는 제 앞에 계신 분들도 음악가분들이고 저도 음악가이기 때문에 저희를 하나로 묶어주는 건 음악의 힘이에요. 그러니까 음악의 힘이란 제가 생각하는 음악의 힘이란 그 어떤 단어도 표현할 수 없고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느끼게 해주는 가슴으로 직접 마음으로 와닿는 게 너무나도 강렬하고 너무나도 디렉트 하기 때문에 제가 어떤 이 음악에 가지고 있는 사랑과 열정 진심 그리고 저만의 비전 저의 해석이 있잖아요. 이거를 있는 그대로 온 마음을 다해서 나눌 때 굳이 말로 하는 것도 아니죠.

눈빛일 수도 있고 또 지휘의 어떤 제스처일 수도 있고 했을 때 저분들도 음악가분들이기 때문에 그거를 바로 느끼죠. 해서 우리가 만들어가는 게 마치 뭐 다 상의를 해야 되고 논의를 해야 되고 대화를 해야 되고 이런 게 아닌, 좀 더 직감적이고 육감적이고 음악 안에서 서로 딱 클릭이 되면 모든 게 또 가능하죠. 그래서 지휘가 너무 재밌는 것 같아요.

유화정 PD: 우리 장한나 씨의 지휘는 몰입 무아지경 격정 혼신 또또 무슨 단어가 있을까요. 아무튼 그 안에 내재된 모든 열정과 그 에너지를 다 폭발 발산시키시잖아요. 저는 궁금해요. 그 뒤에 어떤 느낌인지 음악을 마치고 난 다음에, 그리고 또 그 방전된 에너지는 뭘로 충전을 하시나요?

장한나 지휘자: 제 힘의 원천은 음악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모든 제가 느끼고 제가 너무나도 사랑하고 그 제가 음악을 연주할 때 느끼는 그 뭐랄까요. 그 확신 열정 이런 건 음악에서 와요. 그래서 악보에 이미 음악 안에 흐르고 있는 이 숨 쉬며 꿈틀거리는 뭔가 살아있는 이 음표들의 나를 해방해 줘 이런 느낌인 거죠. 그 안에 작곡가가 이미 쏟아부은 거죠. 그 영혼의 생명력 음악이 살아있는 거죠. 저는 제가 무언가를 말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작곡가가 청중한테 전하고자 했던 그 전달의 통로인 거죠.

저는 그 다리일 뿐이고 그래서 제가 뭐 뭘 만들어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저도 음악을 하는 그 시간 동안은 너무나도 많은 힘을 오히려 얻고요. 연주가 끝나면 진짜 캄다운 하기 너무 오래 걸려요. (웃음) 근데 그게 또 너무 행복하고요. 그 무대에서 정말 그 연주자분들하고 함께 연주할 때 '물 만난 고기'가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을 정도로 이게 살아있는 거구나 이게 사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유화정 PD: 2017년부터 노르웨이 트론헤임의 상임 지휘자겸 예술감독, 함부르크 심포니의 여성 최초 수석 객원 지휘자, 빈 심포니도 두 번이나 내한공연 이끄셨고요. 세계 최고로 지금 가고 계십니다. 또 지난해에는 아주 특별한 감동의 무대를 연출하셨어요. (미샤 마이스키)스승님과. 어떤 무대였는지요?

장한나 지휘자: 네 악기를 하시는 스승님과 함께 또 제자가 지휘자로 이렇게 같이 연주하고 이게 다들 이제 흔하지 않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유화정 PD: 미샤 마이스키 선생님과 함께 연주한 곡이?

장한나 지휘자: 네 드볼작

유화정 PD: 그 드볼작이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서 그야말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그랑프리를 받은 곡 아닙니까. 그리고 이제 그 콩쿠르 이후에 슬라바(로스트로포비치의 별칭) 선생님께 너무나 각별한 사랑을 받지 않으셨습니까?

장한나 지휘자: 아 정말 감사하게도 로스트로포비치 선생님께서 정말 너무 저를 많이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셨어요. 그래서 "이제 너는 내가 반복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라. 그래서 이제 다 나한테 물어보고 다 내가 하라는 대로 해" 막 처음부터 이러셨는데 저는 그때는 너무 어릴 때니까 11살이었잖아요. 그러니까 선생님 보면 그냥 푸근한 곰돌이 같고 선생님은 굉장히 이렇게 안아주시는 걸 좋아하셨죠 그랬죠. 그리고 할아버지.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정말 해주신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나도 소중하고 정말 중요한 말씀들이셨더라고요.

그러니까 나이가 어리니까 어린데 이제 그렇게 크게 이제 커리어를 시작을 하게 됐잖아요. 그러면 이제 매니저들과 녹음회사들과 뭐 다들 뭘 원할 거다 그러니까 한 달에 4번 이상은 절대로 연주하지 말아라고.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흔히들 한 달에 20번도 연주가 가능해요. 다 스케줄 잡을 수 있지만 하지 말고 "너는 천천히!"

"너는 이 어린 시절을 즐겨! 학교도 가고 음악 하지 않는 음악을 모르는 친구들하고도 놀고" 그래서 어떤 좀 더 정상적으로 성장을 할 수 있는 그리고 아무리 재능이 많다고 해도 그 재능을 정말 끝까지 꽃피우려면 그건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과 또 익스피리언스가 필요하잖아요. 그냥 이거는 정말 매우 매우 큰 무언가의 시작일 뿐이지 지금 완성된 게 아니잖아요. 11살인데 고작. 그런 것들을 선생님께서 다 생각을 하시고 너무나도 쉬운 친근한 말씀들로 알려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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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공영 SBS 한국어 프로그램과 인터뷰하는 지휘자 장한나
유화정 PD: 스승님의 말씀을 너무 잘 들으셨어요. 대학 진학을 음대가 아닌 하버드대 철학과로 가셨어요.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천재 맞나 이랬을 정도로. (웃음) 그런데 그때 하셨던 말씀이 기억이 나요. "나의 길을 내 길을 내 속도로 가겠다" 아주 야무진 말씀을 하셨었는데요. 그런데 공부해 보니 철학과 음악이 어떤 연관이 있던가요?

장한나 지휘자: 제가 철학 공부를 좀 대학에서 해보면서 느낀 거는 정말 답은 여러 가지구나 한 가지 정해진 답은 없고 질문은 거의 다 공통된 것 같아요. 내가 누군가 내가 왜 여기 있나 나는 뭐 하나 그러니까 항상 저희가 추구하는 그 무언가에 대한 갈망은 같은데 거기에 해줄 수 있는 답은 사람마다 다른 거죠. 자기의 그 시점마다 그래서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니까 맞는 답은 없고 정말 나 자신 내 입장에서 봤을 때 이 이 음악에 대한 내가 지금 연주하는 이 차이코프스키 5번의 답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게 나의 시선에서 보기 때문에 나의 해석이라는 게 있고 해석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많은 연주자들이 같은 곡을 연주를 해도 다 다른 거겠죠. 그게 음악의 반전 포인트 같아요. 그러니까 작곡가들은 다 블루프린트를 남겼고 어떻게 이 건물을 지어라고 알려줬지만 정작 그거를 실현하는 거는 연주자잖아요. 해석이기 때문에 그 해석을 어떻게 하는지는 정말 나의 목소리 나만의 성격에 딸린 거죠. 그게 정말 재미인 것 같고 그게 아마 공통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화정 PD: 그런데 또 모릅니다. 우리 장한나 씨가 한 15년쯤 뒤에는 "나 이제부터는 곡을 쓰겠노라" 작곡가로 변신하실지도 (웃음)

장한나 지휘자: (웃음) 그럴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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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 Chang in Concert by Ole Wuttudal
유화정 PD: 21세기 지금 현대 음악계의 가장 큰 변혁이라면 여성 지휘자들의 등장과 약진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예를 들어서 임윤찬을 지휘한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마린 알솝이 있고요. 현재 시드니 심포니에도 시몬 영 호주 출신의 지휘자가 있고요. 또 무엇보다 이제 세계적으로 빛나고 있는 한국의 지휘자들 성시연 김은선 그리고 우리 장한나 씨 이렇게 계보를 잇고 있지 않습니까 어떤가요? 앞으로의 여성 지휘자의 전망이랄까 또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장한나 지휘자: 확실히 제 세대 그리고 제 밑에 세대 여성 지휘자들은 마린 알솝 지휘자님 세대보다 훨씬 더 쉽게 지휘를 하는 것 같아요. 요즘 들어 21세기 그렇죠 마린 알솝 지휘자님은 정말 힘드셨다고 그 기회를 얻는 것조차도 너무 어려웠고. 그런데도 이제 평생을 그 꿈을 놓지 않고 해오셨잖아요. 그뿐 아니라 제가 어디 기사를 최근에 읽다 보니 여성들이 은행에 가서 아버지나 남편 없이 은행 계좌를 열 수 있는 게 어언 50년밖에 안 됐고, 네 미국에서 여성들이 투표권을 얻은 것도 불과, 저희가 정말 생각을 해보면 다 불과 몇십 년이에요. 여성 대통령 여성 지도자 다 아직도 너무 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제 여성 여성 하면서 자꾸 이게 평등화해 가는 이 과정이 지금의 이 시간들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궁극적으로는 여자라서 직장에서 프로모션이 안 됐어요. 여자라서 같은 동급 남자 직원들보다 월급을 훨씬 적게 받아요. 60% 미만으로 그렇게 차이 나게 일은 더 열심히 하는데 아이가 있으면 아이도 테이케어 해야 되고 동시에 일도 해야 되고 정말로 여자들이야말로 진정한 이 시대의 히로인 같습니다.

지휘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아 여자다가 아닌 이 사람은 정말로 인정한다, 이 사람 정말로 이 사람이 하는 일에서 최고다, 지휘자도 여성주의자가 아닌 마에스트로가 될 수도 있고 마에스트라가 될 수도 있고, 그게 더 이상 이제 논의거리가 되지 않는 정치에서도 여자가 아닌 이 사람이 저 사람이 정말 우리는 인격체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어떤 생각으로 그리고 능력으로 그리고 이 사람의 본연 된 휴먼 퀄리티로 인정을 받는 어느 분야에서나 인정을 받는 그 시대로 지금 다가가고 있다고 저는 믿고 싶어요.

물론 사람이기에 항상 평등의 반대쪽은 불평등이잖아요. 그러니까 모든 것이 다 평등할 수 없겠죠. 남녀 노소 뭐 너무나도 많은 조건들이 우리를 가르고 가르고 가르는데 적어도 또 음악만큼은 남잔지 여잔지가 중요하지 않거든요. 소리는 음악에서만큼은 아 이 사람 이 사람의 마음 이 사람의 음악적인 그 어떤 인격체가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유화정 PD: 세계적인 음악가들 특히 지휘자의 경우는 굉장히 신비주의가 많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장한나 님은 소셜미디어에 인스타그램 등에 음악뿐만 아니라 개인의 소소한 생활까지도 사소한 모습도 잘 보여주시는데 밝은 성향의 영향 때문인지요?

장한나 지휘자: 네 뭐 그것도 그렇고 한편 제 생각에 이제 소셜미디어를 저는 굉장히 늦게 시작했어요. 지금 시작한 지 한 2년밖에 안 됐거든요. 지금 3년 차인데 이렇게 소셜미디어로 하는 이유는 조금 더 이제 청중분들 팬 여러분들 그리고 그러니까 클래식 음악을 좀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혹시라도 나 보면서 나랑 똑같네 저 사람 정상이네 이렇다는 걸 좀 나누고 싶었어요. 많은 분들이 정말 음악가라서 조금 이렇게 분위기도 조금 이렇게 멜랑콜리하고 이렇게 되게 우울하고 막 그런 어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예술과 천재상들이 다 다르세요. 근데 솔직히 저희도 뭐 똑같은 사람이고 맛있는 거 좋아하고 재밌는 거 좋아하고 굉장히 저 같은 경우는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요.

지휘자가 제일 많은 준비를 하는 건 혼자서 악보와의 씨름이고 그런 어떤 그 고독한 시간들 또 그 시간들만의 힘든 게 있고 스트레스가 있잖아요. 그거를 푸는 게 저한테는 뭐 산책이 될 수도 있고 뭐 맛있는 식사가 될 수도 있고 때문에 다 이렇게 밸런스가 어떻게 잡혀가는지 제 삶의 밸런스 이거를 나누는 데 있어서 저는 굉장히 재밌다고 생각을 하고 그걸 통해서 아 이 음악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이 사람은 이 음악이 너무 재밌다는데 이렇게 저걸 좋아하는데 나도 한번 들어봐야지 하면 저는 정말 너무 기쁜 것 같아요. 제가 이제 소셜 미디어 하다 보면 댓글을 읽죠. 어떻게 안 읽겠어요? 거기 보면 나는 클래식 음악이 너무 어려운 것 같은데 너 덕분에 베토벤을 다시 듣고 있다 이런 걸 봤을 때 정말 너무 기쁘더라고요. 왜냐면 베토벤 때문에 제가 지휘자가 됐거든요. 그래서 그래 바로 이거야! 이 좋은 음악을 어떻게 나만 알고 있겠어!

유화정 PD: 베토벤 악보를 뚫어지게 보다가

장한나 지휘자: 그렇죠 그렇죠. 그러니까 말씀하셨듯이 너무 잘 아시지만 제가 이제 첼로 연주를 너무 어릴 때부터 시작을 했잖아요. 근데 첼로는 연주되는 곡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대학교 갈 때쯤부터 내가 좀 이제 음악에 대한 시야를 더 넓혀야 되는데 더 깊게 파고 싶은데 첼로 곡만으로는 이게 조금 한계가 있겠다. 정말로 이제 음악의 우주는 뭘까 생각을 해봤더니 역시 교향 곡들 오케스트라를 위해서 작곡된 그 많은 레파투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우선 제가 가장 좋아하던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좋아하죠. 작곡가 4명 베토벤 · 브람스 · 브루크너 · 말러 이 네 작곡가의 공교롭게도 첼로를 위한 곡을 거의 안 썼어요. 말러와 부르크너는 아예 없고. 그 교향곡 악보들을 사서 읽기 시작했죠. 그러니까 듣는 거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근데 정말 이 음악을 알려면 읽어야죠.

내가 직접 어느 날 갑자기 베토벤 교향곡을 읽고 있는데 막 악보들이 막 반짝반짝 빛나면서 막 춤을 추는 거예요. 악보에서 그러니까 제 마음속에 너무 생생하게 들리는 거예요. 이 음악이 베토벤은 이걸 원했구나 이 표 이 음표의 릴레이션십 너무 그 순간에 지금부터 너무 선명하게 뚜렷하게 기억나는 거는 막 눈이 열리는 듯한 느낌? 그래서 제가 그 순간에 아 내가 지휘를 해야 되겠다 왜냐면 이 이 생생한 이 신남을 나의 해석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이 음악의 즐거움을 이 미라클, 정말 귀 안 들리는 음악을 창조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눈 안 보이고 그림 그리는 거랑 똑같죠. 근데 가장 건강하고 가장 훌륭하고 가장 위대하고 가장 감동적인 음악을 베토벤이 남겼잖아요. 정말 베토벤은 어나더 레벨. 그 생명력이 그 음악 안에 내포하고 있는 이건 진짜 미라클이다 해서 지휘를 해야 되겠다고 제가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네 그래서 이 베토벤의 이런 것들을 소통을 하고 싶고 소통이 되었을 때 너무 기뻐요.

유화정 PD: 이제 5월 8일부터 시드니 콘서트가 시작되죠. 어제 바로 리허설 들어가고. 지휘자의 단상을 포디엄이라고 그러잖아요. 그 30cm 높이의 단상에 서면 누구나 다 근엄한 모습이 나옵니다. 우리 장한나 님은 어떤 모습이세요? 리허설에서는

장한나 지휘자: 아 저는 그냥 있는 그대로 제 진심을 전하려고

유화정 PD: 많이 웃으실 것 같아요.

장한나 지휘자: 웃기도 많이 웃겠죠. 저도 모르게 많이 웃기도 할 것 같고 근데 정말 저를 생각할 시간이 없어요. 리허설할 때는 오로지 음악에 집중을 하고 오로지 음악을 위한 일을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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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장한나, 호주 공영 SBS 한국어 프로그램 인터뷰
유화정 PD: 오늘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얘기를 그 음악에 대한 이해를 너무나 유쾌하게 즐겁게 풀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멀지만 멀고도 가까운 당신이라는 것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끝으로 '장한나 음악 인생 30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가르침이 있다면 우리 후배들에게 공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장한나 지휘자: 제가 정말 어릴 때부터 너무 감사하게도 훌륭한 스승님들 그리고 멘토분들께 좋은 말씀 가르침 많이 받았는데 30년 어언 30년이 지나서 진짜 40대 초반에 들어서도 이 말은 정말 진리야 하고 지금도 많이 생각하는 말이 있다면 음악이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그러니까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죠. "Music is the most important thing in your life but it should not be the only thing." 그러니까 "음악이 너의 삶에서 제일 중요하지만 음악만 있으면 안 돼" 그 말씀이 정말로 깊게 와닿아요. 오늘도. 그러니까 이 말은 정말 어린 시절부터 우리 후배들이 얼마나 열심히 연습을 하고 노력을 해요. 근데 거기 음악에만 치중하는 음악에 몰두하는 건 너무 중요하지만 세상은 넓고 음악만 있진 않아요. 그러니까 그 연관된 문화부터 시작을 해서 문학 그다음에 뭐 예술 그림 등 포함해서 점점점점 내가 몰두하고 있는 음악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하면 역사 인류 역사 그다음에 또 철학이라든지 어느덧 내가 살고 있는 오늘까지 와요.

그럼으로 해서 나도 더 깊이 나의 뿌리를 내리고 이 음악이 오늘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어떤 정체성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알 수 있게 되고 하면서 나 자신의 생각이 풍요로워지고요. 그리고 내가 하는 이 일에 대한 어떤 더 큰 열정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한우물을 파지만 한우물을 또 깊게 파지만 넓게 파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오늘 저희 세대는 소셜미디어 인터넷을 통해서 얼마나 뭐가 많아요. 거기에 막 정신이 팔리지 않지만 그걸 통틀어서 이 음악이 다 그거를 품을 수 있구나 하는 그 나만의 뚜렷한 어떤 확신이 있어야만 이 오늘날의 세계에 감동을 줄 수 있는 연주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저는 그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유화정 PD: 오늘 말씀 나누면서 최고의 지휘자 이기 앞서 '최선을 다하는 지휘자'라는 확신이 섰습니다. 이번 호주 공연도 지휘와 오케스트라와 또 청중이 함께 출렁이고 함께 젖어드는 그런 감동의 무대 만들어 주시리라 기대합니다. 사랑합니다. 장한나 씨!

장한나 지휘자: 감사합니다. 저도 사랑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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