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폭력에서 탈출하는 여성… “무엇이 그들의 선택을 가로막나?”

가정 폭력을 당하는 여성과 아이들이 가해자를 떠나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일까?

An outline of a woman with a bag, running away from a house with money coming out of its roof

Many victim-survivors of domestic violence leave relationships with little to no money. Source: SBS

이 기사에는 가정 폭력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샐리(가명)가 파트너를 떠나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녀는 이미 20년 이상 학대를 견뎌왔다.

두 아이의 엄마인 샐리는 폭력적인 파트너와 관계를 끝내는 것이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4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종종 본인이 과연 올바른 선택을 했는지를 되묻곤 한다.

그녀는 SBS 뉴스에 “지원을 받았지만 재정적인 부분이 마비됐다”고 말했다.

샐리는 “제가 겪은 지옥을 아이들도 겪었다. 아이들이 나이가 들 때까지 그냥 견디며 돈을 좀 더 모았어야 하나라고 가끔씩 생각한다”며 “여성들이 이 같은 학대를 받으며 살려고 할 때 떠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A woman sitting on a couch with her head in her hands
Leaving an abusive relationship left Sally financially crippled. Source: AAP / Diego Fedele
샐리는 파트너와 살며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재정적 학대뿐만 아니라 강압적인 통제를 받았다.

파트너의 경력이 개발되면서 샐리는 재정적인 학대 상황이 “점점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샐리는 “비록 그가 돈을 더 많이 벌었지만 나도 모든 것의 절반을 지불해야 했다”며 “나는 모기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대출을 받았는지? 그가 번 돈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샐리와 파트너가 버는 돈은 20만 달러가 넘었지만 샐리는 종종 빈털터리가 된 느낌을 받았고 종종 엄마에게 돈을 빌려야 했다.

2020년 샐리가 관계를 떠났을 때 학대를 일삼던 파트너는 모기지 지불을 중단했고 그녀에게 어떠한 양육비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은행 대출을 거절당한 샐리는 결국 신용카드로 1만 5000달러를 인출해야 했다.

샐리는 “제가 원했던 유일한 것은 아이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것을 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호주국립여성안전연구기구(ANROWS)의 제인 로이드(Jane Lloyd) 최고 경영자 대행은 샐리와 같은 경험이 드물지 않다고 말한다.

로이드 대행은 SBS 뉴스에 “가정 폭력과 가족 폭력이 피해자에게 경제적인 장벽을 만들고 여성들이 폭력의 경제적인 부담을 가장 많이 짊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며 “신용카드를 사용한 적이 있거나, 공부를 하지 못했거나, 취업을 못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거나 더 나쁜 상황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생활비 위기가 미친 영향

호주통계청의 개인 안전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파트너 폭력과 학대를 경험할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은 금전적인 스트레스와도 연관성이 있다.

2021년에서 2022년 사이에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한 차례 이상 현금 흐름에 문제를 느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서 지난 2년 동안 친밀한 파트너의 폭력이나 학대를 경험했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호주범죄학연구소가 실시한 연구에서도 여성의 경제적 불안과 가정 폭력 경험 가능성 증가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가정 폭력, 가족 폭력 피해자를 돕는 ‘풀스탑오스트레일리아(Full Stop Australia)의 타라 헌터 임상 및 고객 서비스 책임자는 “생활비 압박으로 인한 가정 내 스트레스 증가가 학대를 촉진시킬 수는 있지만 결코 파트너에게 폭력을 가하는 유일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헌터 책임자는 “이런 식의 표현은 옳지 않다”며 “가정 폭력과 가족 폭력은 폭력과 통제를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사용키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대받는 관계를 유지토록 강요받는 여성

헌터는 경제적인 안정이야말로 여성들에게 자신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는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헌터는 “돈을 어떻게 쓰는지, 재정을 추적하는 파트너가 있다면 탈출을 위해서 돈을 모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로이드는 “재정적 자원이 한정돼 있고 다음에 거주할 곳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까지 더해져 피해자의 도전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이전 비용, 저렴한 주택 옵션 부족 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가해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헌터는 가해자들이 떠난 후에도 폭력의 영향이 피해자, 생존자의 장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헌터는 빚더미에 앉는 상황, 계속된 신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 직장에서의 업무 중단과 같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며 일부 가해자들은 가족법을 악용해 피해자를 통제하거나 학대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A brick home, with a bit of grass and greenery, a single car garage and a number 4 on the letterbox.
A lack of affordable housing is forcing many Australians to stay in violent relationships. Source: Getty / LOUISE BEAUMONT
샐리 역시 이 같은 경험을 했다.

학대를 일삼던 파트너와의 오랜 법적 싸움 끝에 샐리에게는 약 8만 달러의 부채가 남겨졌다.

샐리는 “엄청난 대출금이 있고 연금은 거의 받기 힘든 상황”이라며 “(가해 파트너는) 어떤 양육비도 지불할 필요가 없도록 하기 위해 캐시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닷속 물 한 방울

이런 가운데 연방 정부는 이달 초 폭력 가정에서 탈출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5년간 9억 25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연방 정부는 학대를 받다 탈출한 여성에게 일회성 현금 1500달러와 필요 물품과 서비스 지원을 위한 3500달러 등 최대 5000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헌터는 정부의 계획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헌터는 “현실적으로 5000달러는 바닷속 물 한 방울에 불과하다”며 “이사를 하거나 맞벌이 가구에서 혼자 돈을 버는 가구로 바뀌면 얼마나 돈이 필요한지를 생각해 보라. 이것이 유일한 경제적 지원이라면 그곳에는 현실적인 도전들이 남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화요일 발표하는 연방 예산안에 가정 폭력을 피해 탈출하는 여성과 아동, 젊은이들을 위한 약 10억 달러의 추가 예산 집행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된다.

헌터는 “사람들이 노숙이나 빈곤을 피하기 위해서 폭력적인 상황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가운 결정”이라며 “주택 위기를 해결함으로써 피해 생존자들이 폭력 상황을 떠날 수 있는 선택권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터는 보다 장기적인 지원 계획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투자를 지금 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도 지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구직자의 소득지원금 지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는 정부가 임명한 경제포용자문위원회(EIAC)의 2024년 보고서에 담긴 우선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사회적으로 저명한 여성 인사 수십 명이 연방 총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고 구직자와 청년수당 지급액을 “실질적으로 인상”해 달라고 촉구했다.

서한에는 “여성이 안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짐 차머스 연방 재무 장관은 위원회의 보고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지만 모든 권고 사항을 정부가 이행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차머스 장관은 “예산 상황과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과도한 약속을 하고 최소의 것만 전달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차머스 장관은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예산안에 이미 여성 안전에 대한 상당한 투자가 포함되어 있다며 “하지만 정부가 해야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있다”고 말했다.

만약 여러분이나 여러분이 아는 누군가가 성폭행, 가정 폭력, 가족 폭력의 영향을 받고 있다면 1800 737 732 (1800RESPECT)로 전화하거나, 0458 737 732로 문자를 보내거나, 를 방문해 주세요. 긴급한 경우에는 000으로 전화하세요.

도움을 바라는 사람은 라이프라인 위기 지원 전화 13 11 14, 혹은 자살 상담 서비스 1300 659 467, 혹은 키즈 헬프라인 1800 55 1800(5세에서 25세까지 이용 가능)에 연락하세요. 보다 자세한 내용은 혹은 에서 확인하세요.

정신 건강에 대한 도움을 받기 원한다면 ‘비욘드 블루’ 1300 22 4636으로 전화하세요. 보다 자세한 내용은 에서 확인하세요. EMMH(Embrace Multicultural Mental Health)는 문화적, 언어적으로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을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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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14 May 2024 12:54pm
Updated 14 May 2024 1:01pm
By Amy Hall
Presented by Justin Sungil Park
Source: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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